
[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산차 업계를 중심으로 디젤 세단과 디젤 SUV 등 더 이상 디젤 신차는 출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는 디젤차가 질소산화물(NOx)과 유해 화합물질을 대거 배출해 암을 유발시키거나,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등 대표적인 반친화 차량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3개월 전부터 휘발유와 경윳값이 2100원을 오르내리는 등 고유가 영향을 받고 있는데다, 디젤차는 주기적으로 NOx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선택적 촉매 환원제(SCR)에 쓰이는 요소수 촉매제를 넣어야만 한다.
디젤차는 또 가솔린차나 LPG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대비 주행 중 떨림 현상이나 소음이 상대적으로 크다. 디젤차는 새차 구입후 4~5년 정도 지나면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경제성 뿐 아니라 불편함을 초래한다는 이유 등으로 중고차 시장에서도 외면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만큼 디젤차의 가격 하락 폭도 당초 생각 이상이다.

스테판 드블레즈(Stéphane Deblaise) 르노코리아자동차 CEO는 최근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와의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디젤 신차 출시 계획은 없다고 선언했다. 르노코리아는 현재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형 SUV QM6에서 디젤 라인업이 소개되고 있는 정도다. QM6 중에서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QM6 LPe는 전체 판매량의 70% 가까운 정도로 인기다. 나머지는 가솔린 모델(GDe)이 차지하고 있다. QM6 디젤 모델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정용원 쌍용자동차 관리인도 앞으로 신차에는 디젤 모델은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중형 SUV 모델인 신차 토레스에서도 디젤 라인업은 배제됐다. 쌍용차는 내년 하반기엔 중형급 전기 SUV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전기차에 올인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도 디젤 엔진은 더 이상 연구·개발하지 않겠다고 작년에 선언한 바 있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디젤 세단과 디젤 SUV의 판매를 줄여나가겠다는 얘기다.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국지엠에서 선보이고 있는 쉐보레 브랜드는 한국시장에서 디젤차 판매는 아예 중단한지 오래됐다. 스파크와 말리부, 트레일블레이저, 콜로라도, 트래버스, 타호 등 세단부터 SUV, 픽업트럭에 이르기 까지 가솔린차로 구성됐다. 전기차는 볼트 EV, 볼트 EUV의 라인업도 갖췄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일본차 토요타와 렉서스, 혼다가 하이브리드차에 승부수를 걸고 있고, 링컨, 캐딜락 등 미국차 역시 가솔린차와 전기차로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볼보자동차 역시 글로벌 브랜드 전략에 따라 한국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투입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다만, BMW를 비롯한 메르세데스,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차 브랜드는 여전히 디젤 세단과 디젤 SUV를 고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 브랜드는 한국 소비자들이 디젤차를 원하고 있고, 수요가 있는 만큼 디젤차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BMW는 3시리즈, 5시리즈, 7시리즈 등 세단 부터 SUV에 이르기까지 디젤차 라인업이 대거 소개되고 있는데, 유독 뜨거운 여름철에 주행 중 화재가 발생해 리콜 되는 등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지난 2017년과 2019년에 각각 74만대, 18만4000대씩 리콜되기도 했다.
화재가 발생한 N47, N57, B47, B37 계열의 디젤 엔진 탑재 차량은 지금도 총 17만2000여대가 국내 도로를 운행중이다. BMW 디젤차의 주행 중 화재 원인은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의 설계 및 구조적 결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디젤 세단이나 디젤 SUV 구매자들은 20~30대 젊은층이 주력 소비자층인 것으로 조사된다. 자동차 운전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40대 이상의 운전자는 가솔린차나 하이브리드차, 그리고 전기차를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다. 디젤차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성 뿐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디젤 세단이나 디젤 SUV를 구매하겠다는 건 결국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겠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