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LPG 트럭’ 시장이 21년 만에 재기를 꿈꾼다. 지난해 침체기를 맞았던 ‘액화석유가스(LPG) 차’ 시장이 올해 소형 상용차 시장을 앞세워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모양새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1톤(t) 소형 상용차 ‘포터 LPG’는 일주일 만에 2만5000여대가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가 수요 부진을 이유로 2003년 단종시켰던 포터 LPG는 소형 상용차 시장에서도 ‘디젤 퇴출’이 결정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기아의 봉고 LPG 트럭도 출시와 동시에 5517대가 판매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힘이 달린다’는 LPG 트럭의 부정적 평가는 기술의 발전으로 이젠 옛말이 됐다. 스마트스트림 2.5 터보 엔진이 탑재된 포터 LPG는 최고출력 135마력을 발휘했던 포터 디젤보다 24마력 상승한 159마력의 성능을 낸다. LPG는 경유보다 저렴해 유류비 부담을 덜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 이날 기준 LPG의 리터(ℓ) 당 가격은 약 970원으로 경유(1475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디젤 모델이 단종되면서 소비자 선택지는 LPG 아니면 전기차이지만 인프라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아직은 LPG가 우세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1회 충전 주행거리는 포터 LPG가 약 525㎞로, 전기차(220㎞)를 압도한다. 충전 시간도 LPG 모델은 길어야 5분이면 충분하지만 전기차는 급속을 물려도 최대 1시간 이상 걸린다. LPG 모델의 경우 최대 900만원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가격도 전기차 대비 저렴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운 LPG 터보 엔진으로 동력성능과 경제성을 높인 포터는 택배 화물 종사자분들께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상용에 이어 승용 LPG 차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가 중단했던 중형 택시 쏘나타의 LPG 모델 생산을 재개한 가운데 기아는 스포티지의 경우 휘발유와 경유, LPG 등 모든 자동차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엔진 라인업을 마련했다. 준중형 SUV 시장에서 모든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스포티지가 유일하다. 이 덕분에 스포티지는 지난해 6만9749대가 판매되며 전체 판매 순위 3위에 올랐다.
르노코리아자동차도 최근 LPG 연료를 사용하는 중형 SUV QM6 LPe 가격을 300만원가량 전격 인하하고 공세에 나섰다. 2인승 밴 모델인 QM6 퀘스트를 출시하는 등 파생 모델도 잇단 선보이고 있다. 휘발유와 LPG를 함께 사용하는 KG모빌리티의 중형 SUV 토레스 바이퓨얼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LPG 차의 최대 단점으로 꼽혔던 겨울철 시동 문제를 개선한 게 가장 돋보인다는 평가다.
한편 국내 LPG 차 시장은 2010년 245만대에 달했지만 2020년 200만대를 밑돈 것을 시작으로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5만2158대까지 떨어졌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