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오스트리아)=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E클래스는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놓은 럭셔리 비즈니스 세단에 속하는데, 사실 이 세그먼트에서는 존재감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E클래스는 지난 1947년 1세대가 소개된 이후, 지금까지 약 76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무려 1700만대 이상 판매되는 등 벤츠의 베스트셀링 모델로 꼽힌다. 그런만큼 ‘E클래스=벤츠의 심장’으로 통한다는 건 자연스런 공식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BMW 5시리즈를 비롯해 아우디 A6, 렉서스 ES 300h, 제네시스 G80 등이 꾸준히 명함을 드러내는 등 도전장을 내놓고 있지만, E클래스 만의 남다른 명성이나 카리스마를 극복하기에는 여전히 ‘2%’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 그야말로 ‘지존(至尊)’이다.
벤츠는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데일리카 등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11세대 ‘더 뉴 E클래스’를 공개하면서 시승회도 열었다. 신형 E클래스는 가솔린차, 디젤차, 디젤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등 다양한 모델 라인업을 갖췄다. 한국시장에는 내년 초쯤 공식 출시된다.
■ 벤츠 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차분하면서도 우아한 감각

11세대 더 뉴 E클래스는 벤츠 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에 속하는 ‘감각적 순수미’가 돋보인다.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 언어가 적용돼 클래식함과 모던함을 동시에 터치한 흔적이 역력하다.
신형 E클래스는 ‘롱후드 숏데크’ 형상으로 전형적인 3박스 세단 형태를 유지한다. 보닛 상단의 파워돔 감각과 라디에이터 그릴은 차분하면서도 입체적인 모습이 더해져 존재감을 높인다. 그릴 라인에는 라이팅이 추가된 점도 포인트다.

리어램프는 하늘과 바다, 땅을 의미하는 벤츠의 ‘삼각별’ 엠블럼을 형상화 시킨 디자인이 채용돼 차별적이다. E클래스의 상징성을 더욱 높이고자, 브랜드의 엠블럼 디자인을 채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렁크 공간은 골프백 4개를 동시에 넣어도 여유로운 정도다.
실내는 럭셔리한 감각인데, 12인치 클러스터와 14인치 슈퍼스크린, 12인치 하이퍼스크린이 페시아에 나란히 배치됐다. 3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들 디스플레이와 연동되는데, 인공지능(AI)을 통해 사람과 자동차가 교류하는 인터렉티브함이 더해졌다.
■ E 300e 4MATIC (PHEV)

신형 E클래스 라인업 중 가장 먼저 타본 차는 E 300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PHEV는 가솔린과 전기 두 가지 연료를 사용해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장시간 전기를 충전해야만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PHEV에 대한 인기가 시들한 반면, 상대적으로 유럽시장에서는 없어서 못파는 차가 바로 PHEV 모델이라 하겠다.
E 300e는 E클래스 고유의 편안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주행 중에는 그야말로 도서관에 있는 것처럼 정숙한 감각이다. 그라이딩에서는 회생제동을 통해 연료를 절감할 수도 있다. 장시간 주행에서는 졸음이 밀려올 수도 있는데, 이런 때는 슈퍼스크린에 적용된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눈동자를 읽고 차가 스스로 경고해 준다.
스포츠 모드로 고속 주행하는 경우 편안한 감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순간적으로 치고 달리는 맛도 살아있다. 퍼포먼스는 흡족하다. 다만, 부스팅 시, 엔진은 당초 기대 이상으로 너무 정갈하고 너무 정제된 사운드다. 벤츠 만의 ‘호랑이 울음’을 좀 더 거칠게 키웠으면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
신형 E 300 e 4MATIC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서 전기모드로 주행하는 경우 한번 충전으로 95~109km(WLTP 기준)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국내 출퇴근 도로 환경에서는 더욱 유용하다. 주말에는 가솔린 엔진을 통해 고속으로 주행하는 등 펀-투 드라이빙을 즐길 수도 있다. 운전자가 개성이나 취향에 맞춰 선택하기 나름이다.
■ E 450 4MATIC

E 450 4MATIC은 벤츠 본사에서도 아직까지 상세 제원을 밝히진 않은 상태지만, 배기량 3.0리터급 가솔린 터보 엔진이 적용돼 최고출력은 375마력의 파워를 발휘할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과 미국시장에서는 올해 말부터 판매되는데, 가격은 7만4000 달러(약 9479만원) 전후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시장에 투입될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 450의 실내는 소재 등 재질감이 유난히 고급스러운 감각인데, 앰비언트 라이팅 시스템이 더해져 화려한 분위기다. “이거 S클래스를 탄건가”라고 착각할 정도다. 계기판과 슈퍼스크린, 하이퍼스크린은 12~14인치 사이즈로 세팅됐는데, 페시아를 온통 뒤덮은 감각이다. 2열은 레그룸과 헤드룸 등 공간이 여유롭다.
E 450은 23마력의 힘을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더해진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됐지만, 포괄적으로는 내연기관차로 분류해도 무방하다. 시동을 걸어도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시동이 걸렸는지 알 수 없는 정도로 실내는 조용하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의 답력은 살짝 묵직한 감각이다. 페달 반응은 차체가 비교적 거구이면서도 부드럽고, 빠르고, 민첩한 모습이다. RPM 2000 이하의 실용 엔진회전 영역에서도 토크감이 두텁기 때문이다. 도로를 슬며시 미끄러져 나가는 반응이다.
승차감은 부드럽고 한없이 정숙하고 안락한데, 이는 E클래스 고유의 강점으로 평가받는 요소다. 주행감도 부드럽긴 마찬가지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치고 달리는 맛이 남다르다. 정갈하면서도 굵직한 엔진 사운드는 그저 맛깔스럽다.
트랜드미션은 9단 자동변속기가 채용됐는데, 시프트 다운·업에서 터보랙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직결감이 뛰어나다. 스티어링 휠 칼럼에 적용된 패들 시프트를 통해 좀 더 스포티한 주행감을 더할 수 있다. 편의성을 높인다.
E 450 4MATIC은 에어 스프링과 어댑티브 ABS+ 댐퍼가 적용된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돼 도로의 조건이나 속도, 차체 하중에 따라 서스펜션의 높이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그런만큼 S클래스 못잖은 쾌적한 승차감을 보인다는 건 매력 포인트다. 여기에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조향각이 최대 4.5도에 달해 회전 반경을 줄여준다. U턴이나 좁은 골목길에서의 주행에서 편리함을 더한다.
■ E 200

E 200은 신형 E클래스 중 엔트리급에 속하는 모델이다. 그럼에도 전장은 4949mm, 휠베이스는 2961mm의 사이즈다. 배기량 1999cc의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204마력(5800rpm), 최대토크는 32.0kg.m(1600~4000rpm)의 힘을 발휘한다.
벤츠는 이번 신형 E클래스에는 내연기관차 전 라인업에 걸쳐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을 장착했다. E 200 모델도 마찬가지다.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면서도, 시장 트렌드에 맞춰 전동화 속도를 더하기 위한 벤츠의 선택 때문으로 판단된다.
E 200의 승차감이나 주행감의 기본 성향은 이미 E 300e과 E 450 모델에서 봐왔던 것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정숙하고, 편안한 승차감이라는 3대 기본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시승차 E 200에도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다만, 엔진 배기량에 따른 펀치력에서의 미묘한 차이가 드러날 뿐이다.
E 200의 시승 코스는 오스트리아 빈 시내와 고속도로를 거쳐, 바이트지흐트 코벤즐에 도착하는 코스였는데, 마지막 구간은 약 10km 가까이 이어지는 좁고 가파른 산기슭 도로가 포함됐다. 와인딩 로드에서 E 200은 접지력이 탁월했는데, 아웃-인 코스에서도 피칭이나 롤링이 적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은 돋보였다.
■ W 110 (200 테일핀, 1965년 생산된 클래식카, 3세대 E클래스)

E클래스는 1947년 선보인 1세대 이후 지금까지 약 76년이라는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1965년에 소개됐던 3세대 E클래스(W 110)는 디자인이나 진보적 기술적 측면에서 독보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E클래스 200은 4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는데, 클래식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 카리스마 넘치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해 리어엔 뒷날개의 독특한 꼬리 지느러미가 더해져 ‘테일핀(Tailfin)’ 이라는 애칭이 따라 붙는다.
실내 가죽 시트는 무려 58년이 지났지만, 새것처럼 깨끗하고 부드러운 촉감을 유지했다. 가늘고 얇은 파워 스티어링 휠, 휠 칼럼에 적용된 4단 변속 레버, 윈도우를 여닫는 레버는 손으로 돌리는 수동 방식이 적용됐지만, 진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1965년 당시 ‘200 테일핀’은 지금의 S클래스 못잖은 호화 럭셔리 세단이라는 명성을 누렸다.
승차감과 주행감은 지금의 E클래스 처럼 부드럽고 안락한 반응이다. 탄력적인 달리기 맛도 여전히 살아있다. 5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는 지금이라도 데일리카로 활용한다 치더라도 손색이 전혀 없는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출처 : 데일리카 (http://dailyca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