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파이낸스=문영재 기자] "선대회장께서 가장 중시했던 것이 바로 품질입니다. 사용자 편의성이 높아지더라도 품질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2021년 임직원 대상 온라인 타운홀 미팅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이듬해 뉴욕오토쇼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한번 품질 화두를 꺼내들며 "품질 경영으로 소비자 불편을 없애겠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현대차그룹 주요 모델들이 잦은 제작 결함으로 소비자 불만을 사고 있어 '품질 경영'이라는 그룹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된 신형 그랜저,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신형 쏘렌토, EV6 등 현대차·기아 5가지 주요 차종의 현재까지 시정조치·무상수리 합산 건수는 80건에 육박한다.
세부적으로 신형 그랜저 14건, 아이오닉 5 17건, 아이오닉 6 8건, 신형 쏘렌토 26건, EV6 13건이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차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신형 그랜저다. 출시 반 년만에 10건이 넘는 리콜을 실시했다. 올해 1월 2.5 GDI 모델 4818대에서 정차 시 기어가 D단에서 P단으로 저절로 바뀌며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후에도 다양한 제작결함이 잇달아 발견됐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1만4316대에서 통합형 전동식 브레이크 제어기 소프트웨어 오설정으로 스마트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사용하면 5% 미만 경사로에서 후방 밀림이 발생해 리콜에 들어가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일부터 하이테크센터와 블루핸즈 지점을 통해 통합형 전동식 브레이크 제어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비롯해 브레이크 시스템 경고등 점등 현상 개선을 위한 추가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통합형 전동식 브레이크 제어기 소프트웨어 오설정으로 보조 제동력 반영이 미흡했다"면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5분 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전기차 제작 결함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기아가 이달 출시한 EV9의 '운전석 유리 떨림 현상'이 소비자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EV9은 운전석 유리를 살짝 내린 채로 시속 90~160km 사이를 달리면 운전석 유리가 심하게 흔들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아 관계자는 "EV9처럼 각진 유리 형태를 지닌 모든 차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장시간 시험 주행을 한 결과, 앞 유리가 파손되지 않았고, 유사한 사례로 파손된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에선 "현대차와 기아 신차는 결함이 모두 잡힌 1년 후에나 사야 한다", "베타 테스터가 되지 싶지 않으면 나중에 사라", "뽑기를 잘 해야 한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신형 그랜저와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EV9 모두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이라면서 "해당 모델들의 결함은 브랜드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품질 경영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