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스타트업과 같은 유연하고 혁신적인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한다.
현대차·기아는 전동화 체제 전환과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제어·관리하는 차(SDV) 개발 가속화 등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연구개발본부를 기존 완성차 개발 중심 중앙 집중 형태에서 독립적 조직들간의 연합체 방식으로 개편한다고 12일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차량개발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을 모아 본부급으로 승격해 신차 개발 완성도 제고와 양산 품질 확보 측면을 강화하는 한편, 기존 연구개발본부 조직 중 차세대 혁신 기술 부문을 재구성해 별도 담당으로 편성했다.
구체적으로 연구개발 부문을 총괄하는 최고기술경영자(CTO) 산하에 ▲TVD(Total Vehicle Development)본부 ▲차량소프트웨어담당 ▲META(Mobility Engineering & Tech Acceleration)담당 ▲독립형개발조직(배터리, 로보틱스, 수소연료전지, 상용)·디자인센터 등을 두고 독자적 개발 체계를 갖춘 조직으로 재편했다.
재편한 연구개발 체계에서는 관련 업무별로 구성한 각 본부와 담당, 센터가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협업이 필요한 경우 각 조직들이 필요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면서 스타트업처럼 유연하게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TVD본부는 전동화 모델 등 신차 개발을 종합적으로 맡는다. 현대차·기아는 기존 연구개발본부 핵심 역량이었던 차량 개발 기능을 강화하고자 제품통합개발담당 등 신차 개발 조직을 한데 모아 본부급으로 격상했다. 특히 산하에 '제네시스 개발담당'과 다목적 차량 및 소형차 개발을 위한 '차량개발1담당', 중대형 차량을 개발하는 '차량개발2담당'을 신설해 브랜드, 플랫폼 단위의 효율적 신차 개발이 이뤄지도록 했다. 또 각 담당 산하에 차종별 제품개발을 총괄하는 PM조직, 설계센터, 시험센터를 직속으로 편성해 차종 개발이 담당 안에서 물 흐르듯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차량소프트웨어담당은 현대차·기아가 SDV 체계로 전환하는 데 효율적 형태로 구성했다. 현대차·기아는 기존 전자개발센터와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로 구성해 있던 차량소프트웨어담당 산하에 자율주행사업부, 차량제어개발센터, 디지털엔지니어링센터를 추가해 소프트웨어 개발 일관성을 확보하고 한층 더 강력한 개발 체계를 구축하도록 조직을 꾸렸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담당 조직이 차량소프트웨어담당 아래 하나로 모이게 되면서 관련 조직 간 유기적인 협업뿐 아니라 인적, 물적 자원이 집중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ETA담당은 차세대 혁신 제품 개발을 주도하는 조직이다. 기존에 분산해 있던 전동화, 섀시, 바디 분야 선행 신기술 및 기본 성능 육성 조직을 통합해 모빌리티기술센터, 차량성능기술센터, 차량아키텍처개발센터, 기초소재연구센터로 재구성했다.
모빌리티기술센터는 미래 혁신 신기술과 새로운 콘셉트 모빌리티를 개발하고 차세대 아키텍처 기술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차량성능기술센터는 고성능차 기술을 양산 적용하는 작업과 차량의 기본 성능을 선행적으로 연구한다. 차량아키텍처개발센터는 아키텍쳐 기반 개발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이를 통해 개발 프로세스 완성도와 속도를 높인다. 기존 연구개발본부 독립 조직이었던 기초소재연구센터는 혁신 제품을 연구하는 다른 연구개발 조직과 유기적 협업을 진행한다.
배터리, 로보틱스, 수소연료전지, 상용 등 승용 완성차를 제외한 사업 및 디자인센터는 독립적으로 각 분야를 연구개발하면서 필요시 타 담당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조직개편과 함께 실시한 인사에서는 기존 연구개발본부장이었던 김용화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연구개발조직을 총괄하는 CTO, 차량소프트웨어담당에 이름을 올렸다. 기존 제품통합개발담당이었던 양희원 부사장은 TVD본부장으로 임명됐다. META담당은 추후 선임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기존 조직이 효율적 개발에 집중했었다면, 개편한 조직은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반영해 전동화,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등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로 확대했다"며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마치 스타트업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신속하고 유연한 조직을 구성해 급변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2003년 연구개발 통합적 역량 향상을 위해 각 지역에 분산해 있던 연구개발 기능을 모아 통합 조직을 출범했고,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2000년대 중반 글로벌 전략차종 등 다양해진 제품 라인업 개발 세분화를 위해 차종, 차급 단위의 플랫폼 기반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2012년에는 제품 기본성능과 감성품질 강화를 목표로 기능 전문화 중심의 조직으로 재편했으며, 2019년에는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 체계를 구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