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빙코리아=최상운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 23일과 24일 양일간 '럭셔리 퍼포먼스 바이 메르세데스-벤츠' 미디어 드라이빙 행사를 용인 AMG 스피드웨이에서 진행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 세계에서 한국 수입차 시장은 불모지 같은 곳이었다. 현대, 기아차 점유율이 80% 이상을 넘을 정도로 불균형적인 소비 패턴 때문에 수입차 브랜드의 신규 진입은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부 부유층만 소유할 수 있는 동산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주요 소비층이 50대에서 30~40대로 낮아지면서 자동차 소비 시장은 급격히 달라졌다. 특히 수입차 가격이 낮아지면서 좀 더 무리해서라도 수입차를 구매하는 신규 소비층이 증가했다.
카이즈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는 29만 6,887대로 시장 점유율 17.1%를 차지할 정도로 판매량이 많아졌다. 이처럼 판매량, 점유율만 놓고 본다면 국내 수입차 시장은 이미 대중화 단계를 넘어섰다. 수입차 정착기에 판매된 차량을 보면 다양성보다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대중적인 모델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특히 1억 대를 훌쩍 넘어서는 고성능 모델을 제외하고는 일부 브랜드 및 특정 모델에 대한 판매가 집중됐다.

1987년 수입차 첫 개방 당시 판매량 10대에 그쳤던 작은 시장에서 연간 판매량 20만 대, 수입차 점유율 두 자릿수 달성이라는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면서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개성, 구매 패턴 등은 크게 달라졌다.
특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BMW, 벤츠, 아우디 등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들은 남자들의 로망, 드림카로 꼽히며 수입차 시장 다변화의 핵심적인 원동력이 됐다.
그중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벤츠 코리아의 판매량을 보면 고성능 모델의 변화를 더 쉽게 엿볼 수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벤츠 코리아의 AMG 브랜드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73% 상승한 7,613대를 판매했다. BMW 코리아의 M 브랜드(2021년 3,851대)보다 약 2배 이상을 더 판매한 셈이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벤츠 코리아는 고성 모델의 판매량 상승과 함께 라인업을 추가하며, 상반기부터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벤츠 코리아는 이날 자사의 주력 AMG 라인을 모두 소개했다. 서킷 주행에는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3 4매틱+, AMG CLS 53 4매틱+, AMG A35 4매틱, AMG A45 4매틱+, AMG CLA 45 S 4매틱+ 쿠페 세단 △AMG GT 2도어 등 6개 차종이 투입됐다.

이번 시승 행사의 메인 모델은 지난 3월에 선보인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3 4MATIC+(이하, AMG GT 43 4MATIC+) , 더 뉴 메르세데스-AMG CLS 53 4MATIC+(이하, AMG CLS 53 4MATIC+) 라인업 등 2개 차종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각각 1억 4,310만 원, 1억 3,110만 원이다.
그럼 시승기에 앞서 AMG 브랜드는 어떻게 시작했는지 벤츠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확인해보도록 하자.
AMG 다임러-벤츠의 연구소에서 일하던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Hans-Werner Aufrecht)는 메르세데스-벤츠를 위한 고성능 엔진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동업자 에르하르트 메르허(Ehard Melcher)와 함께 그로스아스파흐(Großaspach)에서 두 창업자의 이름과 지명의 머리글자를 딴 'AMG'라는 회사를 만들며 시작을 알렸다.
1971년 AMG는 메르세데스 300 SEL 6.8 AMG를 출시와 함께 벨기에 스파 24시 내구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그 이름을 알려 나가기 시작했고, 이후 수많은 기록을 달성하며 2005년 다임러 그룹의 완전한 자회사가 되었다.

먼저 시승을 한 차량은 'AMG CLS 53 4MATIC+'으로 럭셔리 세단에 스포츠 성능을 더한 모델이다.
AMG CLS 53 4MATIC+는 48볼트 전기 시스템과 통합 스타터-제너레이터(ISG, integrated starter-generator)를 갖춘 6기통 가솔린 엔진(M256)을 탑재했으며 최고 출력 435마력, 최대 토크 53kg·m의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4.5초 만에 도달한다.
시승을 위해 AMG CLS 53 4MATIC+ 시트에 몸을 맡기니 세단의 안락함은 그대로다. 하지만, 인테리어 곳곳에는 제대로 달리기 위한 알찬 준비물이 곳곳에 심어져 있었다. 특히 나파 가죽과 다이나미카 소재로 마감된 AMG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의 감촉은 스포티한 주행을 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을 정도로 쫀득쫀득하다. 또, 퍼포먼스 주행과 관련된 주요 기능을 스티어링 휠에 기본적으로 적용해 편의성과 안전성을 모두 만족한다.
시동을 걸자 6기통 엔진의 카랑카랑한 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온다. 서킷에 진입한 후 첫 번째 고속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힘껏 밟자 운전자를 시트에 파묻히게 할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보여준다.
'용인 AMG 스피드웨이'는 총 4.346km의 길이에 16개의 코너로 구성된 서킷이다. 인제스피디움 서킷과 유사한 점이 많지만, 좀 더 아기자기하고 짜임새 있는 코너가 많아 차량의 핸들링 및 제동 성능을 테스트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자랑한다.
AMG CLS 53 4MATIC+의 주행 성능은 운전자보다 한 박자 더 빨리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고속으로 코너에 진입 시 운전자가 놓친 미묘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차량을 기가 막히게 컨트롤한다. 무엇보다 후륜 구동 특성상 흔히 발생하는 '오버스티어(Oversteer)' 현상을 느끼기도 전에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코너 구간을 통과한다.
AMG CLS 53 4MATIC+는 럭셔리 세단답게 시트에도 차별화된 기능을 넣었다. '멀티 컨투어 시트'는 일상 주행에서는 쾌적한 온도와 8가지의 마사지 프로그램으로 운전자에게 안락함을 선사하지만, 퍼포먼스 주행 중에는 내장된 에어 쿠션이 운전자를 포근하게 감싸줘, 안전하게 드라이빙을 즐기게 해준다.
AMG CLS 53 4MATIC+ 모델이 세단의 품격과 퍼포먼스를 잘 조합한 모델이었다면, 'AMG GT 43 4MATIC+'는 좀 더 개방적이고 공격적이다.
AMG GT 43 4MATIC+은 48볼트 전기 시스템과 통합 스타트-제너레이터를 갖춘 6기통 가솔린 엔진(M256)을 탑재하고 있으며 최고 출력 367마력과 최대 토크 51.0kg.m의 힘을 갖고 있다. 제로백은 4.9초로 AMG CLS 53 4MATIC+보다는 0.2초가 늦다.
일단 AMG GT 43 4MATIC+의 시트는 편안함보다는 퍼포먼스 주행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 이유로 CLS 세단에 적용했던 '멀티 컨투어 시트' 기능은 미 탑재되어 있다.
시트에 앉으면 CLS에서 느꼈던 포근함은 사라졌지만, 온몸을 감싸주는 느낌은 꽤 믿음직스럽다. 시동을 걸자 AMG 가변식 퍼포먼스 배기 시스템이 들려주는 매력적인 사운드가 발끝을 자극해준다.
AMG GT 43 4MATIC+ 모델의 엔진 제원은 AMG CLS 53 4MATIC+보다 최고출력, 최대 토크가 모두 낮지만, 1,600rpm대의 저 영역에서 최대 토크를 낼 수 있어 차량을 단숨에 밀어내는 힘은 더 강력하다.
코너 주행의 맛은 AMG GT 43 4MATIC+ 모델이 더 강렬하고 매서웠다. 펀 드라이빙을 느끼게 해주면서 적절한 개입으로 운전자를 좀 더 과감하게 몰아붙였다. 접지력을 잃은 상태에서도 차량이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제어해주는 AMG 전자식 리어-액슬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AMG electronic rear-axle limited-slip differential)' 기능은 실제 주행에서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과감하게 연석을 밟으면서 코너 주행을 했지만, 단 한 번의 흐트러짐 없이 라인을 그려나갔다.
같은 서킷, 같은 코스를 바로 주행해보니 AMG CLS 53 4MATIC+ 모델과 드라이빙 차이를 어느 정도는 체감할 수 있었다.
AMG CLS 53 4MATIC+ 모델은 잘 정돈된 느낌의 스포츠 주행을 선사한 반면, AMG GT 43 4MATIC+는 살짝 흐트러진 모습으로 좀 더 야성적인 퍼포먼스 주행을 즐길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AMG 브랜드는 이제 내연기관을 넘어 전기차 모델에 퍼포먼스를 담고자 한다. 첫 번째 순수 전기차 모델이자 더 뉴 EQS의 고성능 버전 '더 뉴 메르세데스-AMG EQS 53 4MATIC+'(Mercedes-AMG EQS 53 4MATIC+)'를 공개하며 전기 모빌리티에 역동성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 보였다. 메르세데스-AMG 브랜드는 이에 맞춰 고성능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