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문희철 기자] 도요타의 달라진 글로벌 친환경차 전략을 한국 소비자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가 한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전기차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렉서스가 이번에 국내 시장에 출시한 차종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도요타의 친환경차 시장 전략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는 그간 친환경차 시장에서 다른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와 다소 다른 전략을 취했다. 완성차 업계가 순수전기차 개발에 공을 들이는 동안,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중심으로 전동화 전략을 추진했다.
실제로 지난해 도요타·렉서스가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 중 하이브리드카(265만대)는 2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판매한 순수 전기차는 1만6000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갈수록 확대하자 도요타도 기존 전략을 수정하는 모습이다. 일본 도요타 본사는 2030년까지 8조엔(77조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출시해 판매 규모를 350만대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지난해 연말 제시했다.

이번에 한국에 출시한 UX300e는 도요타 브랜드 최초의 순수전기차다. 지난 17일 제주특별자치도 도요타·렉서스 제주전시장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렉서스의 전기차 UX300e를 시승했다. 제주전시장에서 서귀포시까지 78㎞ 거리를 편도 주행했다.
UX300e는 전형적인 렉서스 브랜드 디자인을 계승했다. 방적기가 실을 감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릴이 전면부에 자리했고, 그릴 양옆으로 자리 잡은 헤드램프는 다소 날카로운 느낌을 준다. 렉서스의 상징인 영문 ‘엘(L)’ 자 모형 주간주행등 때문이다. 측면 디자인도 앞에서 뒤로 갈수록 캐릭터 라인이 상승하면서 전체적으로 역동적인 이미지를 준다.

다만 실내 공간은 최근 등장하는 전기차가 제공하는 미래지향적 이미지보다는 전통 내연기관 차량의 디자인을 택했다. UX300e는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인 UX250h를 기반으로 제조한 소형 전기차다.
주행의 재미는 ‘오호’하는 감탄사가 연이어 튀어나올 정도였다. 이날 시승 코스는 구불구불한 한라산 산길을 관통해 제주도 북쪽 해안에서 남쪽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대부분의 주행로가 산길인 만큼 코너링이 연속해서 등장하는 구간이 많고 경사도 다소 급한 편이었다.
아담한 차체 덕분에 민첩한 주행 감각이 돋보였고, 급코너 구간에서 스티어링휠을 운전자 뜻대로 조작할 수 있었다. 핸들링만 보면 BMW그룹 산하 자동차 브랜드 미니 JCW의 손맛과 유사했다. UX300e의 최고출력은 204마력, 최대토크는 30.6㎏·m다.
아쉬운 부분은 주행거리다. 54.35kWh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UX300e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233㎞다. 현대차 아이오닉5(429㎞)이나 기아 니로EV(401㎞) 등 이미 국내 시판 중인 대중적인 전기차와 비교하면 주행거리가 절반 수준이다. 이번에 국내에 도입한 UX300e는 이미 지난 2019년 11월 유럽 등에서 공개했던 모델인데, 당시 등장한 신차는 주행거리가 평균 200㎞ 안팎이었다.
UX300e의 공식 출시 가격은 5490만원이다.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한 받으면 4500만원 안팎에 구매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