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극의 ‘탄소제로’ 세상을 열어줄 ‘K-친환경’이 ‘CES 2024’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각각 ‘수소사회’와 ‘넷제로’를 앞세운 정의선·최태원 회장이 CES 현장을 종횡무진한 결과다. 한국경제를 이끄는 두 거인이 ‘무한시장’으로 일컬어지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품’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IT) 박람회 CES 2024를 찾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관심은 온통 수소에 꽂혔다. 실제 CES에서 사촌 동생인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을 보곤 ‘수소 추진선’ 관련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는 후문이다. HD현대는 수소엔진을 탑재한 선박을 개발 중인데, HD현대의 CES 부스를 찾은 정 회장이 사촌의 안부보단 이것이 더 궁금했던 거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진다. ‘2030년이면 수소 추진선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정기선 부회장의 설명에 정 회장은 기대감을 한 껏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정 회장은 정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HD현대의 수소 관련 전시물을 흥미롭게 관람했다.
정 회장은 SK그룹을 찾아서는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과 나란히 ‘트레인 어드벤처’를 탑승했다.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트레인 어드벤처는 현장에 마련된 약 15m의 터널을 통과하며 SK그룹이 구축 중인 수소사회를 보여주는 영상을 상영한다.
경영수업을 받을 당시부터 수소에 관심이 많았던 정 회장은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과 이른바 ‘수소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2019년에는 글로벌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에 오르는 등 ‘수소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무한 에너지로 꼽히는 수소를 이용해 자동차, 비행기, 배를 움직이고, 더 나아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지구를 밝힐 수 있다고 본다. 2050년 한화 약 1경5686조원이 예상되는 시장 잠재력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정 회장은 수소사회의 비전을 묻는 말에 “저희 대(代)가 아니고 후대를 위해 준비해 놓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탄소제로 사회를 실현할 해법으로 넷 제로 구현을 제시했다. 기후 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의 배출과 흡수가 균형을 이룬 상태, 즉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순 배출이 ‘제로(0)’인 상태다. 올해 CES에서 글로벌 기업과 ‘넷 제로 동맹’ 체결에 나서는 등 광폭에 나선 최 회장은 “넷 제로를 해야 하는데 한쪽에서 데이터를 더 쓰고 있어 엄청난 에너지를 계속해서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에너지 문제, 환경 문제 등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